04 두달만에 유럽 지사 스케줄을 잡았다. 유럽쪽 신제품이 늦어지기도 했고 파리 일정을 끼워넣느라 박비서가 꽤 애를 썼다. “영국지사 방문 전 파리는 안되나?” 애를 쓴 것은 알지만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앞당기고 싶었다. 내가 가는 동안에라도 도망을 가진 않을까 아직도 불안했다. 매일 사진 속 웃는 모습을 보지만 하루 빨리 내 눈앞에 있는 이세진을...
“블루호텔에서 도와주고 있는건가?” 현지에 사람을 붙여 매일 아침 보고를 받았다. 잠시 여유를 갖는 듯 보이던 이세진은 곧 미술관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기 시작했다. “정착을 하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턱이 높은 파리 미술관들과 미팅을 하는 것을 보아 블루호텔 장사장이 도와 주고 있는 듯 했다. 그러면 떠나기전 블루호텔에 갔던 것도 단순한 안부인사가 아니...
02 그의 이야기 오늘 따라 결론 없는 미팅이 계속 이어져 짜증이 몰려왔다. 중요한 기술적 협의이긴 했지만 나를 앉혀 놓고도 까다롭게 구는 행색이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책상에 앉아 한숨 돌렸다. 이렇게 긴 일정을 끝내고 오면 내심 기대를 하며 휴대폰을 확인하지만 이세진은 먼저 연락을 해오는 법이 없다. 결국 오늘도...
5년만의 재회였지만 아쉽게도 그는 처리 해야 할 결재가 있어 사무실에 들러야 했다. 같이 올라가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집에 가있겠다고 했다. 공항에서의 일도 있는데, 회사에 까지 얼굴을 비추는 건 위험 할 것 같았다. 나를 차에 남겨두고 가는 길에도 몇번이고 나를 뒤돌아 본 그에게 나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청담동 집 주차장에 도착하여서는 박비서가 차에서 내...
season 2 _ prologue “이럴거면서 5년이나 기다리게 하나?” 마주 한 순간 벅차오른 눈물과 감정은 주체 할 수 없었다. 공항이라는 것도 잊은 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그에게 매달려 한참을 더 울었다. 아마 박비서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몇시간이고 그러고 있었을 것 같다. 주위를 물리고 우리에게 다가온 박비서의 음성을 듣자 정신이 ...
#23 “관장님, 잘 지내셨죠?” “어머,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어쩜 5년동안 한번도 서울을 안 들어와? 뭐 원수 졌어?” “그래도 관장님은 파리에서 2년 전에 뵈었잖아요” “그 때도 바쁘다고 밥 한끼 해놓구선” “죄송해요 이번에도...” “이번엔 금의환향 격이니 내가 봐줄게” "금의환향은 무슨, 또 관장님 입김 아니예요?” “아니야, ...
#22 5년 만에 서울에 발을 내딛었다. 엄마만 아니면 평생 해외를 떠돌며 살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만큼 서울에 큰 애착이 남아있지 않았고, 내 마음을 다잡기에도 서울보다는 그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타국이 좋았다.인천공항의 새로운 터미널에 작품 의뢰가 왔다. 파리에 있는 동안에도 종종 관장님을 통해 작품 의뢰가 오긴 했었지만 작년 까지만 ...
#21 “박비서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네?”청담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내 머리로는 조수아,한태현, 나의 관계가 전혀 성립되지 않았다. 급기야 얌전히 운전 중인 박비서를 끌여들여 이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했다.“제일 측근이시잖아요”운전 중에 놀라 반문을 한 박비서는 백비러를 통해 난처한 표정을 하며 하...
#20다음 날 그의 인기척을 못 느낄 정도로 푹 자고 일어났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니 1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가 없는 방안은 조금 서늘하고 고요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감촉의 이불을 걷어내고 욕실로 향해 간단히 씻고 드레스룸으로 가자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옷가지들과 물건들에 그의 기다림이 또 다시 느껴졌다.내가 오지 않았던 지난 한달...
#19 “이렇게 말대꾸하는 이세진씨, 꽤 그리웠습니다. 지난 한달동안” 갑작스레 미소를 띄우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기 위해 마른 입술을 힘주어 물었다.“입 꾹 닫고 나 노려보면서 생각하는 이세진씨도 물론 그리웠고”“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 의뢰 건은 없던 걸ㄹ...”결국 오늘도 내가 원하는 답을 해줄 것 같지 않은 ...
# 18겨울 추위를 잘 못견디는 나는 이젠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코를 시큰거리며, 평소보다 홍차를 더 입에 달고 살고 있었다. 아니, 날씨 탓으로 돌리기엔 카페인으로 겨우 정신을 차리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씩 흐트러지는 내 마음을 다 잡기 위해서도 무언가 그 촉매제 역할이 필요한 시기였다. 올 가을은 나에게 그런 계절이 되어가고 있었다.계절...
# 17 다음 날 그의 말대로 결혼 기사가 눈길 닿는 곳에서 시선을 끌었다. 습관처럼 열어보는 포털사이트에도 의미 없이 켜놓은 TV에도 심지어 도망쳐온 작업실에서도. “TH 한태현 전무 신현 조수아랑 결혼한다더라?”관장님은 내가 일찍 나온걸 어떻게 알고 작업실로 출근해 벌써 두잔째 차를 들이키고 있었다. 계속해서 포털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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