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비가 오는 소리가 테라스 너머로 들려오던 어두운 토요일. 오늘도 역시나 일찍 일어난 그는 세상 모르고 잠든 내 옆에서 태블릿으로 간단한 업무를 보았고, 나는 빗소리와 그의 인기척에 느즈막이 잠을 깼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이불을 여미는 내 머리칼을 정돈해주는 다정한 손길로 아침을 맞이하니 몽롱한 기분에 나른함까지 더해져 조금 더 이불 속으로 파고들...
#15 그의 회사에서 겨우 그를 진정시키고 근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작업실로 다시 돌아왔다. 조금 전의 그와의 키스때문인지 하얀 캔버스를 세워놓고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사무실이 떠오르고 함께 누웠던 쇼파가 떠오르다 결국엔 그의 안경낀 모습이 아른거리기 까지 했다. 지난번 일식집 정원에서 시작되어 차에서 마무리된 그와의 관계까지 떠올라 ...
# 14 그의 출근길에 함께 나서 오늘은 작업실에 조금 일찍 도착해 다음주까지 마무리 하기로 한 그림을 오늘은 꼭 시작해야지 다짐하며 스케치를 구상하던 꽤 부산한 오전시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통 때 같으면 종종 점심시간즈음 짬을 내어 전화를 하는 그가 오늘은 예정되어 있던 점심 약속이 취소 되었다며 점심을 함께하자고 했다.그의 연락을 받고 작업실 근처...
# 13 새벽 6시. 익숙한 알람소리와 어느새 익숙해진 온기로 게슴츠레 눈을 떴다. 눈앞의 그는 조금 피곤한지 평소엔 알람이 두번이 채 울리기 전에 끄고 욕실로 향해 내가 알람을 들을 새도 없었는데, 오늘은 별 반응없이 평온히 눈을 감고있었다.그가 피곤한건 당연했다. 평균 6시간 정도 자는 듯 하고, 평일에는 쉴 새없이 사람들을 상대하고 끊임 없는 서류들을...
# 12 다음날 느긋하게 오후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도착했다. 그가 당연히 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박비서 혼자 우두커니 서있어서 조금 실망하며 느린 걸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박비서는 그의 비서 답게 언제나 단정하고 정확한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도 매번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있었고, 귀찮을 법도 한데 싫은티 한번 본 적이 없...
#11 나는 보기와 다르게 조금 성급한 구석이 있는데 생각 한 것들은 모두 실행에 옮겨야 직성에 풀렸다. 차분 할 것 같다는 첫인상과는 다른 면모라 다들 조금 의아해 하는 내 성격이었다. 이번 건도 그랬다. 그가 후원자에 대해 말한 순간 부터 그리고 엄마가 내 전화를 피하 듯 끊은 순간 내 모든 신경은 후원자에 머물러 있었다.나도 모르게 후원자에 대한 생각...
#10 내 학창 시절 이야기를 그에게 허물 없이 길게 털어 놓았다.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낸 것도 흔한 일이 아니지만 학창 시절을 풀어 놓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그의 앞에서 마음껏 털어 놓고 나니 조금 부끄러웠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죠, 죄송해요”“아니 재밌었는데요, 내가 어디가서 이런 이야기 듣겠어요 훗”방으로 돌...
#9 엄마가 곧 올거라고 걱정말라 안심시켜 주었지만 어린 마음에 많이 무서웠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지만, 힘쎈 아저씨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엄마 말대로 방으로 들어와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짚어 썼었다.시간이 흐른 뒤 나는 어두운 방에서 깨어났다.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거실에서 들려온 인기척에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8 후원자의 정체 “하아… 전무님” 어젯밤 꽤 쉽게 나를 놓아주었던 그는 아침부터 농도 짙은 키스로 나를 깨웠다. 눈을 떴을 때 이미 내 가슴 언저리에 얼굴을 묻은 그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깬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것을 나에게 밀착하며 더욱 서로의 몸을 고조시켰다. “아침에 더 하고 싶은거 알아요 이세진씨? 으...”“하앗… 무슨…”“하...이미 ...
#7 그가 매일 다녀가지만 그림 작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출근을 하면 나도 정신을 차리고 씻고 준비해 작업실에 와서 작업을 하다 퇴근 시간 즈음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그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밤낮없이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처음엔 오전에 일어나거나 작업하는게 조금 힘들었지만 꽤 규칙적인 작업으로 속도가 붙어 만족스러운 ...
#6 오랜만에 들린 집은 청담동과 다르게 조금 삭막해져 있었다. 겨우 이주 남짓 비어져 있었다고 이 정도 일 줄 이야.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가방을 힘 없이 떨구며 신발을 벗었다. 씻을 힘도 없었지만 생각해보니 여벌 옷도 없었다. 혹시나 하고 서랍을 뒤지니 먼지만 뒹굴 뿐이었다. 시계는 11시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침대에 대충 몸을 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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